제 안에 살지 않으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저 높은 삶을 바라옵지만
죽어지지 못함에 죽어 가옵니다
사랑으로 죽고만 싶은 이 마음
이미 제 밖에 살고 있사오니
당신 위해 저를 원하신
주님 안에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분께 제 마음 드릴 때
새겨진 글
'죽어지지 못함에 죽어 가옵니다.'
제게 살아가는 힘을 주는
사랑의 성스러운 감옥은
주님을 제 포로로 가두어
제 마음 자유롭게 하며
주님을 포로로 만들 수 있는
열정을 자아내 주시니
죽어지지 못함에 죽어 가옵니다.
아, 이승의 삶은 어찌 이리 지루합니까
이 유배의 삶은 왜 이리 힘이 드는지요
이 감옥과 철장에
제 영혼 갇혀 있으니
밖으로 나갈 희망은
너무도 큰 고통입니다
죽어지지 못함에 죽어 가옵니다
아, 하느님 뵐 수 없는 이승의 삶은 어찌 이리 쓴지요
사랑이 달콤하다 해도
희망이 길게만 늘어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무쇠보다 더 무거운
이 짐 제게서 떼어 주소서
죽어지지 못함에 죽어 가옵니다
오직 믿음만으로
죽어야만 할 이승 삶을 살아가옵니다
매 순간 삶을 죽이면서
제 희망에 확신을 갖습니다
죽음은 삶이 다가서는 곳
하느님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오니 늦지 마시옵소서
죽어지지 못함에 죽어 가옵니다
보소서 사랑은 강인한 것
삶이여 내게 방해가 되지 마소서
보소서 남아 있는 삶
얻기 위해선 잃어야 하는 것
달콤한 죽음이여 어서 오소서
죽음이여 사쁜한 걸음으로 어서 오소서
죽어지지 못함에 죽어 가옵니다
저 높은 곳의 삶은
진정한 삶
이승의 삶이 죽어질 때까지
살아 있음은 즐거움이 아닙니다
죽음이여 무뚝뚝하지 마소서
죽어가며 살아갈 수 있기를
죽어지지 못함에 죽어 가옵니다
하느님을 즐길 수 있도록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제 안에 살고 계신 하느님께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요
죽어 가면서 그분께 다가서고 싶습니다
오로지 그분만이 제가 가고 싶은 곳
죽어지지 못함에 죽어 가옵니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께서 지으신 '시'랍니다.
참으로 보기 어려운 시인데 경희대학교 외국어대 박종욱(시몬) 교수님께서 어려운 번역을 해주셨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공감대가 형성되시는지요......
저는 오늘 판공성사를 하였답니다.
돌아서서 눈에 확 달려 들어 온 두견화의 무리에게
내가 얼마나 기쁜지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