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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의 관용 - 이정석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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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관용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음을 어제 아침 식사 자리에서 들었습니다. 안식년을 지내러 오시 손님 신부님께서 새벽에 그런 문자를 받았다고 하시더군요. 실족사인지, 자실인지는 모르겠다고요. 그리고 바로 드는 발칙한 생각이, “쥐에 물려 죽는 사람도 있구나!”였는데, 식사 후 산책을 포기하고 바로 올라와 인텃넷 기사를 보며 사실 확인을 하면서 다시금 멍~!

진중권씨의 말마따나 저에게도 그는 한국의 정치인들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노빠는 아닙니다, 비판적 지지자 중에 하나라고나 할까?). 그는 연설을 참 잘했습니다. 특히 그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차별화된 어법을 구사한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알아듣기 쉽게, 꾸밈없이 솔직하게 그리고 수수하게.... 그런 그의 매력은 대통령직을 마치고 고향마을로 돌아간 그의 귀향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저는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벽을 허물려 노력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화두는 “지역주의”의 극복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세 번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서 패배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작년엔가 자기 동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도 그 내용이었습니다. 누구나 경쟁에서 이기고 싶겠지만, 지고도 다시 도전해서 이길 수 있다면 그 것이 정말 아름다운 거라고.... 어쩌면 그가 극단의 선택을 한 것은 최근 그런 기회를 엿볼 어떠한 틈도 없이 몰아 부친 권력의 횡포가 부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군사정권이 섹스, 스크린, 스포츠라는 3S와 조작된 메카시즘으로 자신들의 야만적 폭력과 반 민주적 집권의 비정당성에 대한 대중의 비판을 가리려 했던 것처럼 현 정권은 자신의 무능과 삽질을 가려줄 방패막이가 필요했습니다. 노무현은 촛불의 거센 저항에 대한 대표적인 이이제이(以夷制夷)의 희생양이 아니었을까요?

그런 점에서 검찰수사에 대한 아쉬움이 매우 큽니다. 재임 초기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말이 회자됐었죠? 검사들이 그런 기백으로 현 정권과 기득권을 대했다면 어땠을까? 어저면 애초에 대통령과 맞짱뜨려 했던 것은 소위 “주류”인 그들보다 한참 덜 떨어진 별 볼일 없는 개뼉다구를 짱으로 인정하지 못했던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상명하복이라는 기존 질서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 자율이라는 선물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니까요. 그건 비단 사법집단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경험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 내린 고질적인 패거리 문화, 군대 문화, 서열과 체면, 봉건적 계급주의 등등에서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노무현 식’의 형식 파괴주의는 한 때 그를 지지했던 많은 유권자들에게도 가공할 도전이었을 테니까요. 수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한 목소리도 “우리가 남이가?”라며 그를 옥조였을 때 하나의 선택은 수많은 반대와 냉소에 부딪혀야만 했습니다. 그런 그의 근본적인 고민이 다음 연설에서 잘 드러납니다.


관용이라는 것은 상대의 잘못을 용서한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세상의 가치와 원리가 변화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동시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인정해 나와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사이에서 공존의 지혜를 받아 나갈 수 있는 여백이 관용이다. 우리가 각별히 정성을 모아서 이 관용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2004. 12. 16 민주평통의회 연설)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접점을 찾는 것, 그리하여 비로소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걷는 것, 이는 제 신학 공부의 주제이자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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