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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
"정치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
가난과 불평등에 맞서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교회 밖' 메시지
13.10.10 08:36l최종 업데이트 13.10.10 12:17l정현진(hjregina) 오마이뉴스
[기사수정: 10일 낮 12시 10분]

"악에 맞서는 전쟁은 동족상잔과 거짓말, 모든 형태의 폭력, 무기의 확산과 암시장에서의 무기 판매에 반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 세계 모든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정말로 갈등으로 인한 전쟁인지, 아니면 암시장에 무기를 팔기 위한 상업 전쟁인지 항상 의심이 남는다."

지난 9월 8일, 교황 프란치스코는 성 베드로 광장의 정오 기도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시리아를 위한 단식 기도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던 교황은, 시리아 내전에 대한 미국 개입의 본질을 '상업 전쟁'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주, 가난, 굶주림, 전쟁에 대해 교황은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그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며, 구체적이고도 평화적 해결을 촉구해왔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였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76) 추기경은 2013년 3월 13일(현지 시각)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철도 노동자의 아들이기도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전 추기경 시절의 소박하고 검소한 행보부터 주목을 받았다.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의 대주교 자리에 오른 후에도 대주교 관저에 머물지 않고 작은 아파트를 얻어 생활했다. 또 직접 식사 준비를 하고 운전사가 딸린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교황에 선출된 직후에도 로마의 숙소 짐을 스스로 정리하고, 전용 방탄차를 물리는 그의 검박한 행동에 세상은 놀라고 환호했다.

"내가 만일 교황으로 선출되더라도 교황을 축하하기 위해 로마로 여행하지 말고 대신에 그 돈을 가난한 이에게 기부하라."

교황의 이름 '프란치스코'에 담긴 뜻

그가 전 세계 가톨릭 지도자인 교황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두고 있는 화두가 무엇인지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이다. 교황에 취임하게 되면 가톨릭 성인이나 전임 교황의 이름 중 하나를 선택한다. 바오로 6세라면, 바오로 성인과 함께 그 전임 교황 바오로 5세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교황 프란치스코는 사상 처음으로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선택했다. 그의 이름 뒤에 몇 번째라는 '~세'가 붙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 성인은 누구인가. 이탈리아 중부 아시시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는 가난과 청빈의 삶을 살며, 평생을 병든 자와 가난한 자를 위해 헌신한 성인이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방탕하게 살았으나, 20세에 회심한 뒤, 모든 재산을 버리고 평생 수도의 길을 걸었다.

1209년 '작은 형제회'라는 가톨릭 최초의 수도회를 설립했으며, 자연, 뭇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소통하며 살았던 삶을 이유로, 1979년 국제생태학협회 제청에 따라 '생태계의 수호성인'으로 지명되어 섬김을 받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 성인의 이름을 선택한 이유를 취임 후 이렇게 밝혔다. 콘클라베 두 번째 투표에서 선출된 직후, 그의 동료 추기경이었던 클라우디오 우메스 브라질 대주교는 그를 안고 축하하며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마세요"라고 청했다고 한다. 그후 교황은 "가난한 사람, 가난한 사람, 이들을 생각하니 곧바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떠올랐다…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얼마나 좋은가"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난, 빈곤, 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지는 가운데, 가난한 이들에 대한 헌신, 생태적 감수성을 상징하는 성인을 선택한 것은 교황으로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며, 교회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역할을 드러낸 일종의 '사건'이었다.

이주민의 비극 "심장이 가시로 찔리는 듯 고통스러웠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가난'에 대한 지향을 그의 이름과 발언에서 그치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의 첫 방문지는 유럽으로 가려는 북아프리카 불법 이민자들의 밀항지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이었다. 지난 7월 8일 이곳 '불법이민자 수용소'에서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이민자들에 대한 국제적 무관심을 비판하고, 양심의 각성과 형제애를 촉구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무관심의 세계화', '익명의 야만성'에 대해 경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이주자들이 바다에서 죽어가고 있다. 희망의 배가 죽음의 배가 되고 있다"며 이주민들이 빈번히 겪는 비극을 알고 나서 "줄곧 심장이 가시로 찔리는 듯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하면서, "이곳에서 기도하며, 내가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다는 징표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양심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안락을 추구하는 문화는 오직 우리 자신만 생각하도록 합니다. 우리로 하여금 이웃의 고통에 무감각하게 만들고, 사랑스럽지만 허상 가득한 비누거품 속에 살도록 합니다. 그것들은 이웃에게 무관심하게 만드는 덧없고 공허한 망상에 빠져들게 합니다. 참으로 '무관심의 세계화'로 이끄는 것입니다.

여기 형제•자매들의 죽음에 누가 애통해하고 있습니까? 이 (죽음의) 배를 탄 사람들을 위해 누가 울고 있습니까? 어린 것들을 안고 있는 이 젊은 엄마들을 위해, 가족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선 이 남자들을 위해서 누가? 우리는 어떻게 울어야 할지를, 어떻게 연민을 경험해야 할지를 잊었습니다. 이웃과 함께하는 '고통' 말입니다. 무관심의 세계화가 우리에게서 슬퍼하는 능력을 제거해버렸습니다!"

첫 노동절 강론에서 노동자들의 권리 옹호

교황은 지난 5월 1일 노동절 오전 미사 강론에서 특별히 4월 24일에 일어난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 참사에 대해 언급하고, 노예노동 철폐를 촉구하는 한편, 이윤의 탐욕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교황은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착취당하는 노예노동 현실에 대해) 이런 노예제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것들에 반한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창조하고 일하고 존엄을 지킬 능력을 주셨다. 수지타산을 맞추거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일자리를 주지 않거나,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하느님에게 반하는 일"이라고 일침했다.

그는 이어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알현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역설했다. 교황은 "인간 존엄은 노동에 의해 이뤄지며, 개인 존엄의 근본은 '노동'"임을 강조하면서, 각 나라 지도자들에게 "실업을 없애고 노예노동을 폐지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어 5월 16일 바티칸을 방문한 세계 각국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비인간적 경제체제를 개혁하라"고 촉구했다.

"전 세계적 금융 및 경제 위기는 금융과 경제의 왜곡이 최고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소비만 하는 존재쯤으로 격하시키고 있습니다. 더 나쁜 것은 인간 그 자체를 소비재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보물과 같은 '연대성'은 비생산적인 것으로, 금융과 경제 논리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이 논리에 따라 공동선을 위해야 할 국가가 자신의 통제성을 부정하고 있으며, 결국 공공연한 새로운 독재, 황금 송아지와 같은 우상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의 강론 중 "자신의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강탈하는 것이며 그들에게서 생명을 빼앗는 것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우리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윤리적 금융 개혁을 위해 정치 지도자들의 용기있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외에도 교황은 지난 6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로마회의 참가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빈곤과 굶주림에 대해 설파하면서, "식량 생산 수준이 충분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도, 여전히 수백만 명이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거나 죽어가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라면서, 금융투기와 부패가 수백만 명을 굶주리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지 못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근시안적인 경제적 이익이나 세상 사람 다수를 배제하는 소수 권력자의 사고방식에도 반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모든 사람이 지구의 생산물로부터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겐 의무입니다"

예수는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의 편이었고, 교회의 소명은 그 복음을 살고 전파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세상이 새삼 '가난을 지향하는' 교황에 환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교황 프란치스코가 그 누구보다 '가난'을 구체적이고 본질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교회는 '교회 밖'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 교회가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교회 밖으로 나오지 않을 때, 자기 지시에 빠지게 되고, 병들게 된다."

이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전에 열린 추기경단 회의에서 교황 프란치스코가 한 연설 내용이다. 그가 '교회 밖'이라고 칭한 곳은 비단 지리적인 개념을 넘어 죄, 고통, 불의 등을 포함한 것이다. 교회가 교회 내부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교회 밖' 세상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무엇이 사람들의 삶을 어렵고 고통스럽게 하는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교황 프란치스코는 세상 밖으로 나가 가난한 이들이 왜 가난하게 되었는지 찾고 연대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가난'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가난'과 '소외'가 특정 계층, 특정 지역의 일관된 모습이 아니라 어느 계층, 어느 지역에서든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이같은 변화는 강론이나 연설에 머물지 않고, 그가 찾아가 만나는 이들이 누구인지,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그리고 그 자신이 생활하는 모습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물론 교황의 임기가 이제 갓 6개월을 넘었고, 여전히 교리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해방 신학자들과의 만남, 여성과 타 종교에 대한 열린 태도는 최소한 교회와 세상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문제에 있어 '불통'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겐 의무(obligation)입니다... 우리는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정치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고로, 자애(charity)가 가장 고도로 표현되는 것들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평신도들은 반드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합니다.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왜 정치가 타락하는가? 왜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적 정신으로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가? '그들 탓'으로 돌리기는 아주 쉽습니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은 무얼 하고 있습니까? 이것은 의무입니다. 공동선을 위해 일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

그렇게 일하는 것이 바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되고 가르치는 것도 그 중 하나죠. 그럼에도 정치적 생활은 공동선을 위한 다양한 길들 중의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한 예수회 학교를 방문했을 때, 정치 참여에 대한 질문에 답한 내용)

대대적 저항에 나선 한국 가톨릭교회

최근 한국 가톨릭교회는 다시 대대적인 '저항'에 나서고 있다. 물론 교회에는 성서와 '사회 교리'의 가르침에 의해 굳이 교황의 발언이나 입장이 아니어도, '불의'라고 판명된 상황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근거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정치 참여'에 대한 교황의 발언이 다시 한 번 그 '정당성'을 확인시키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선 한국가톨릭교회는 교회의 정치 참여에 대해 상당히 상반된 견해를 가진 이들이 존재하고, 정치권이나 국가 정책에 대한 공시적 (특히 사제들) 발언이 있을 때마다 교회 분열을 들며 '신앙인들의 정치 참여는 옳지 않다'라는 주장이 불거져왔다. 이는 같은 성경과 교리를 접하면서도 해석하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를 보면서 특히 교황 요한 23세(1958∼1963년 재위)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요한 23세가 소집한 2차 바티칸 공의회(1963~1965)는 '교회가 세상에 대한 창문을 열어 젖힌' 사건으로 일컬어진다. 성직자 중심에서 평신도의 지위와 사명이 부각됐으며, 세상과의 소통, 화해, 쇄신, 일치 등으로 교회가 인류의 복지, 평화, 구원을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세상을 향한 교회'로서 교황 프란치스코 이전에 이미 변화의 맹아를 품고 있었다. 각 교구마다 정의평화위원회가 생겨났고, 이른바 신앙 실천의 지침이 되는 '사회교리' 교육과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각 위원회를 통해 빈민, 노동, 환경, 생태, 생명운동에 교회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시국 선언'과 '시국 미사' 등은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 그 폭발력이 증폭된 셈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바티칸 개혁에 착수하면서 교회 내부의 변화와 성찰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그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부분에 메스를 가하는 교황에 대해 세상은 조금 더 많은 신뢰를 보낼 것이며 이는 가톨릭 교회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것이다. 세계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자 국제사회에서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는 교황의 이러한 행보가 국내•외 교회로부터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알립니다] 애초 기사에서 한국 천주교 시국선언이 바티칸과 사전 상의한 결과라는 '바티칸 라디오' 기사를 인용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바티칸 라디오의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공신력있는 교회 관계자의 확인으로 해당 내용을 원래의 기사에서 삭제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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